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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인가, 나도 ‘나만의 브랜드를 가져보고 싶다, 만들어 보고 싶다.’ 라는 욕망을 품은 채 살아온 것 같다. 광고와 브랜딩 분야에서 커리어를 거쳐오며 그 욕망은 꽤 구체화되기도 했고 시도를 해보기도 했지만 썩 좋은 결과를 얻지는 못했다. 회사를 다니며 시도해 본 적도 있었고 쉬는 기간 동안 해 본 적도 있었지만 잘 되지 않은 이유는 ‘쓸 때 없이 높은 눈높이’와 ‘운영’ 등이 주요 원인이었다.
‘쓸 때 없이 높은 눈높이’는 회사를 다니며 아주 잘 만들어진, 예산이 풍족해 브랜딩에 집중해 고퀄리티의 디자인과 콘텐츠를 뽑아내는 브랜드들을 보며 내 눈높이도 그 곳에 맞춰져 있었다는 것이다.(=한 마디로 헛바람 혹은 허세) 그리고 ‘운영’은 기획이나 브랜딩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지만 운영하는 방법과 중요성을 잘 몰랐던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 원인이었다. 특히 운영 부분은 혼자서 A-Z까지 다 하려다 보니 이미 기획 단계에서 에너지가 소진이 되어 더 이상 운영할 기력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행복을 파는 브랜드, 오롤리데이’는 소자본의 작은 사업으로 시작해 하나의 브랜드로 거듭난 브랜드와 ‘박신후(aka. 롤리)’라는 사람의 성장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책에선 하나의 브랜드가 태어나고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배’에 비유해 설명하고 있다. 갈팡질팡하는 능력 없는 선장과 그를 따르는 선원들, 고장 난 내비게이션으로 인해 목적지를 찾지 못하고 위태롭게 흔들리는 배가 결국엔 선장과 선원의 성장으로 어떻게 변해 가는지. 그 과정에서의 경험을 담고 있다. 맨땅에 헤딩한 경험들을 통해 답을 찾고자 방황하는 누군가에겐 작은 실마리가, 위로와 공감이 필요한 위로가 되면 좋겠다는 그녀의 바람을 그대로 담고 있다.
이런 과정은 목차를 통해서도 잘 드러나 있다. 많은 브랜딩 북에서 볼 수 있는 방법과 사례들이 나열된 것이 아니라, 한 해, 한 해 고군분투해 나가며 성장해 가는 과정과 노하우들을 친구가 재잘재잘 이야기해 주듯 써내려 가고 있다.
책의 목차는 위의 이미지와 같이 총 5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말미에는 질문에 답하고 미션을 수행하며 나만의 인사이트를 만들어 볼 수 있어 브랜딩을 시작하고 싶은, 혹은 브랜드를 운영하며 벽에 부딪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어 줄 ‘실전 미션북’이 포함되어 있다.
책을 읽으면서 어느 정도 연차가 생긴 나에게 리더십에 관한 부분도 굉장히 와 닿았다. 미러링 치료를 하는 느낌 이랄까. ‘오롤리데이’라는 브랜드가 여기까지 성장하는 데는 분명히 오너인 ‘롤리’님의 리더십의 한 몫 했으리라 생각한다.
책에서는 리더십에 관해 전체 챕터 중 두 번의 챕터를 통해 언급하고 있다. 첫 번째는 2~4년차 시절 번아웃을 겪으며 깨달았던 리더십에 관한 이야기이다. 카페를 운영하던 시절, 채용만 하면 팀워크가 저절로 생길 줄 알았고, 자신이 좋은 사장, 좋은 리더가 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자신이 있었지만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은 것. 롤리는 이 부분에 대해 ‘결’이라는 것을 이야기하며 깨닫고 반성했던 이야기를 한다. 결이 맞지 않는다는 건 내가 옳고 상대방이 그르다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나와 그 사람이 다르다는 이야기. 본인에겐 일이 삶의 전부나 다름이 없는데, 결이 다른 사람과 함께 삶의 전부를 나눈 다는게 꽤 힘든 일이더라고. ‘행복’에 진심인 브랜드로서 행복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함께 행복하게 일해야 진정한 행복을 주는 브랜드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며 리더로서 무능했던 자신을 반성하고 당시 운영하던 카페를 접고 직원들과도 이별을 하게 되었다고 했다. 오롤리 데이는 이런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현재는 ‘결이 맞는’ 사람을 뽑기 위한 오롤리데이만의 채용 기준을 마련했다.
나도 어느 순간 사람이든 직장이든 브랜드이던 간에 새로운 것들을 마주할 때, 나와 ‘결’ 혹은 ‘Fit(핏)’이라는 것이 맞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정말 ‘결’이라는 것은 노력해서 맞추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어찌 보면 채용이라는 것도 연애나 결혼과도 비슷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두 번째로는 서울 디자인 페스티벌에 참여하며 느꼈던 리더십에 관한 부분이었다. 분명, 매출이나 인지도 면에서는 성공한 프로젝트였지만 팀 피로도 관리에 실패하며 직원들과 서먹하게 되어버렸던 사건이다. 섭섭한 마음의 원인을 찾아 이리저리 고민해 보던 중, 직원의 입장이라고 생각하고 대표인 본인에게 하고 싶은 말들을 정리하다 보니 상황이 객관적으로 정리되어 보였다고 한다. 저자가 느꼈던 감정은 리더와 직원 사이에 느끼는 감정이 아니라 사사로운 감정이었으며 반면 직원들이 느끼는 서운함은 저자를 ‘리더’로 생각하기 때문이었던 것. Why가 정리되어 있지 않은 리더, why를 물어 봐주지 않는 리더, 명확한 what을 던져 주지 않고 how(청사진)가 없는 회사였다는 것을 깨달으며 저자는 다시 한 번 성장하게 된다.
이 책은 브랜드를 시작하려는, 나(를 알고, 나를 표현하는)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은 사람에게는 교과서가 되어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선 우선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실전 미션북 역시, 시작부터 ‘나’와 가까워지는 질문들을 우선적으로 던진다. 나라는 사람을 정의할 수 있는 키워드 뽑기, 강점과 약점, 내 브랜드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 등을 단계별 질문을 통해 나를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건강한 팀 빌딩을 위해 미션부터 팀 역할 보드 만드는 법 등 브랜드를 운영하고 유지해 나가기 위한 팁들도 전수해 준다. 한 번만 읽고 넣어두기에는 정말 너무 아까운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마케팅이나 브랜딩을 위한 책으로 분류되어 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연차(짬)가 차서 조직을 관리해야 하는 자리에 있거나 리더십에 대해 고민이 있는 사람들도 읽으면 도움이 될 것 같다. 굵직한 고비 외에도 회사를 운영하며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여러가지 에피소드를 통해 저자가 어떤 방법과 노력으로 리더십의 위기를 극복해 나가고 팀원들과 함께 성장해 나가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언젠가 모두 회사를 떠나야 한다. 그렇기에 프랜차이즈 치킨집도 좋지만 작던 크던 스스로 브랜드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찐으로 ‘나만의 브랜드를 만드는 경험을 해본 사람’의 치열하게 고민하며 행동해온 시간들이 응축되어 담겨 있다. (과장 조금 보태서, 공인중계사들에게 박문각 공인중개사 기본서가 있다면 브랜딩계에는 '행복을 파는 브랜드, 오롤리데이'가 그런 기본서가 되지 않을까 싶다. ) 이 책의 이야기를 통해 나만의 브랜드를 만드는 간접 경험을 해 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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