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셋째 날, 아침이 밝았다. 2박 3일의 여정을 마치고 밤비행기로 서울로 돌아가는 날.오늘도 가야할 곳이 많기에(많이 걸어야 하기에) 든든하게 아침을 위해 호텔 조식을 이용하기로 했다. 오늘은 도쿄의 성수동으로 불리는 '구라마에' 지역을 중심으로 돌 예정이었다.
#호텔 조식에 누구보다 진심한 한국인 고갱님 바로 나야 나
호텔 조식, 늘 별 거 없다는 걸 알면서도 은근히 제일 기대하게 된다. 전투적으로 아침을 먹게 만드는 그 단어 '호텔 조식'. 누구보다 조식에 진심인 한국인이기에 전날의 5만보 행군에도 힘든 몸을 벌떡 일으켜서 내려갔다. 하마초 호텔의 조식은 원하는 접시에 메뉴를 골라서 담을 수 있었다. 반찬을 담는 작은 접시들과 큰 접시들을 원하는 대로 조합할 수 있었던 것. 그 동안 조식 하면 동그랗고 하얀 호텔 플레이트만 보다가 그릇을 고를 수 있다는 점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그렇지만 호텔 뷔페 접시로 5그릇 터는 그런 포만감은 접어둬야 함^^ 많이 먹었는데 많이 못먹은 것 같은 그런 느낌?) 이렇게 플레이트들을 조합하고 나니 정갈한 일본 가정식이 완성되었다. 조식으로 제공되는 음식들은 모두 일본에서 나고 자라난 농산물들만 사용한다고 한다.
# 하마초 호텔
하마초 호텔은 아래 포스팅에서 잠시 언급했듯이 일본 대표 건축 사무소인 UDS의 로컬 프로젝트 일환으로 운영되는 호텔이었다. 호텔 외관부터 나무로 둘러 쌓인 듯한 느낌을 주는데 이런 외관 덕분에 지역의 랜드마크처럼 기능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마초 호텔 2층에 위치한 도쿄 크래프트 룸은 국내외 디자이너들이 일본 각 지방의 역사와 기술, 소재를 리서치하고 현지 아티스트, 공예가 등의 제작자와 함께 현대 생활의 양식에 알맞게 디자인한 아이템을 선보이는 객실이다. 투숙객은 객실에 머물며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공예품을 직접 사용해보며 구매도 할 수 있다. 내가 숙박할 당시(2019년 3월)에는 미리 예약을 하면 도슨트 투어로 방을 둘러볼 수 있었다. 1층에는 크래프트 초콜릿 숍이 입점해 있는데, 체크인 시 투숙객에게 이용해 볼 수 있도록 웰컴 초콜릿 쿠폰을 준다.
또, 투숙객들에게 '하맵'이라는 하마초 지역의 지도를 나눠주는데 주변의 상점과 문화 공간을 소개해 자연스럽게 하마초의 정서와 문화를 느낄 수 있게 하는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지하철역과는 좀 거리가 있지만(700m) 공항과의 접근성이 굉장히 좋은 편이다. 공항으로 가는 버스 터미널이 호텔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그리고 체력이 좀 따라준다면 일본의 성수동이라는 ‘구라마에’ 지역도 걸어서 충분히 구경 가능한 위치에 있다.
#마루니 도쿄
아침을 먹고 첫 번째로 방문한 곳은 마루니 도쿄. 마루니는 일본의 그래프트 맨쉽이 담긴 디자이너 가구 브랜드이다. 언뜻 보면 북유럽 스타일의 디자인과도 비슷하긴 한데 가격은 덜덜덜... 무인양품의 CD플레이어, 냉장고, 플러스 마이너스 원의 계산기, 스탠드 조명 등을 디자인한 산업 디자이너 후카사와 나오토(Fukasawa Naoto)가 디자인한 미니멀 디자인의 정수 라운디쉬 암 체어(Roundish Arm Chair)는 실제로 보니 참으로 곱고 고왔다. 팔걸이와 등받이, 엉덩이 부분이 일체형의 나무로 이어진 매끈한 곡면이 아름다운 느낌이었다. 또 눈만 잔뜩 높아졌다는 ^^
#馬喰町 art+eat
현재는 구글에 검색해보니 폐업했다고 뜨는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모르겠는 이 공간. 무미건조해 보이던 회색 빌딩 안에 조용히 자리잡고 있던 따스한 소품샵이었다. VMD의 디테일이나 디피되어 있던 그릇들이 마음에 드는게 많았는데 다시 가도 볼 수 없다니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든다.
#minä perhonen elävä
지역의 유기농 야채나 과일, 카레부터 미소 등의 다양한 조미료까지 다양한 식재료를 판매하던 로컬 그로서리 스토어. 다양하고 감각적인 패키징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핀터레스트에서 보던 일본 패키징 레퍼런스들이 모여 있는 느낌이랄까. 이런 곳이 집 근처에 있다면 매일매일 쇼핑하러 올 것 같다.
#슈로 syuro_tokyo
작은 골목과 회색의 공장들이 모여 있는 구라마에에 위치하고 있는 '슈로'(Syuro)는 일상에서 계속 사용할 수 있는 도구를 일본의 전통 장인 기술을 통해 만들어 내는 브랜드이다.이 지역은 전통적으로 조판공, 통조림 공장, 천 도매상, 철물점 등 '모노즈쿠리(혼신의 힘을 쏟아 제대로 정교하게 만드는 것)'를 대표하는 전통적인 소규모 공장들이 모여 있던 지역이라고 한다. 슈로는 이 지역에서 나고 자란 디자이너 '우나야마'가 오픈한 공간으로 그녀의 아버지 또한 이 지역의 장인이었다고 한다. 한국의 디앤디파트먼트에서도 만나볼 수 있는 백철 원통이 대표적으로 알려진 아이템으로 도자기, 식기류, 가구, 의류 등 다양한 아이템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렉서스 레스토랑에서도 장인과의 협업으로 제작된 슈로의 식기들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여행 당시, 접시 몇 개를 구매 했었는데 백철 원통을 다시 사러 갈 수 있는 날도 어서 왔으면 좋겠다.
#나카무라 라이프 티 스토어
한적한 골목길 안에서 조용한 존재감을 발산하고 있던 나카무라 티 라이프 스토어.
찻잎을 언제, 어디서, 누가, 어떻게 따서 차를 만들었는지 차에 대한 콘텐츠로 채워진 공간
으로 브랜딩에서도 내공이 느껴지는 듯 했다. 틴케이스에 쓰여진 origin map code를 구글 맵에 돌리면 차의 원산지를 확인할 수 있는데 이런 섬세함까지 놓치지 않은 것에서도 일본스러움이 느껴지는 듯했다. (저 틴케이스를 모으기 위해 나카무라의 티를 계속 구매하는 매니아층이 있다고 한다.)
#잉크 스탠드 ink stand
마음에 드는 잉크를 조합해 나만의 잉크와 펜을 만들 수 있는 잉크 스탠드. 그 후, 모나미에서 굉장히 비슷하게 벤치마킹한 오프라인 공간을 오픈했더라는. 약간 변태 돋을 정도로 정교하게 색을 조합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마치 오브제처럼 만년필과 잉크들을 진열해 놓은 것이 단순히 펜을 파는 곳이 아니라 하나의 전시 공간처럼 느껴졌다. 만년필의 잉크를 다 쓰고 나면 다시 일본에 가서 조합해야 한다는 것이 조금 아쉽긴 했지만, 그 핑계로 또 가면 되니까. ^^
#카시야 시노노메 kashiya shinonome
라떼 맛이 훌륭했던 카페. 인테리어와 소품도 구석구석 스튜디오처럼 잘 꾸며져 있다고 생각했는데 소문에 의하면 사진가 부부가 운영을 하는 카페라고 한다. 그래서 어디를 어떻게 찍어도 사진이 모두 예쁘게 나오는 느낌. 베이커리와 함께 운영하고 있는데 사람이 꽤 많았다. 스콘도 라떼도 모두 맛있었다. 구라마에를 걷다 발견한다면 방문해 보기를 추천한다.
키테로 뿅- 여기가 서울역인가 도쿄인가. 배가 고파 오코노미야끼를 먹었다.
지나다가 본 프랑스 마카롱 '피에르 에르메' 매장. 카타카나로 쓰여져 있어서 찍어봄.
#무인양품 카페 앤 밀
무인양품에서 운영 중인 그로서리 카페.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으로 혼밥 하기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000엔을 내면 시부야의 풍경을 보며 원하는 음식을 골라서 먹을 수 있다. 아래층에는 쇼핑 공간이 있어 쇼핑을 하고 올라오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았다. 오래 기다리진 않았지만 기다리는 줄이 있는 편이었는데 기분 탓인가 가족 단위로 찾은 사람들이 많았던 것 같다. 이제는 유통 브랜드를 넘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서 진화해버린 무인양품의 브랜딩 사례들을 보면 늘 정말 잘 한다는 생각이 든다. 늘 리스펙 하는 브랜드인 무인양품 박수 세 번 드립니다. 짝짝짝-
#그 외 : 마가렛호웰 스토어/카페, 이세아 미야케 긴자
역시 마가렛호웰도 카페와 함께 운영되고 있었다. 실제 사용되는 식기는 매장에서도 구매 가능. 공항으로 돌아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에코백을 구매한 후, 엄마를 위한 선물인 스카프를 구매하기 위해 긴자 ‘이세아 미야케’ 매장으로 질주했다.
그리고 하네다에서 서울로-
마무리가 참, 급작스럽지만 정말 많이 걷고 많이 보고 다닌 여행이었다. 다시 가서 보고 싶은 것들이 많아서 어서 빨리 여행이 다시 개재되었으면 좋겠다. 누군가 도쿄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에게 나의 여정이 도움이 되길 바라며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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