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날이 밝았다. 호텔 조식 대신 브런치로 아침을 먹기로 하고 부지런히 롯본기로 향했다. 다행이 밤새 내리던 비가 그치고 오랜만에 파랗고 맑은 하늘을 볼 수 있어 기분 좋게 찜 해 놓았던 카페로 향했다. (호텔 및 조식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소개하도록 하겠다.)
DAY 2 : 롯본기 -> 다이칸야마 -> 구라마에 |
#브리콜라주 브래드 앤 코 bricolage bread & co
도쿄의 미쉐린 2스타 쉐프가 오픈한 이 곳은 맛도 맛이었지만 공간의 디테일도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100년이 넘어 폐교한 초등학교의 마룻바닥을 떼어와 사용하고 커트러리와 접시도 100년이 넘는 것들을 자유로이 믹스해 사용하는 등 빈티지스러움을 표방한 것이 아닌 정말 빈티지로 가득한 공간이었다. 내가 주문했던 메뉴는 오픈 샌드위치였다. 커피와 스프, 샐러드를 곁들여 먹었더니 충분한 포만감이 느껴졌다. 커피 원두는 노르딕 스타일 원두인 푸글렌(fuglen)을 사용한다고 하는데 평소 마시던 커피처럼 강하진 않지만 부드러운 차를 마시는 느낌이라 샌드위치와 페어링하기 좋았다. 오래되어 보이던 커다란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과 창으로 쏟아지는 부드러운 햇살까지, 아침을 여는 한 끼로 딱 이었다.
#불리 bully
다음으로 향한 곳은 다이칸야마의 ‘bully’ 스토어 였다. 공간을 반으로 나눠 상반되는 무드로 제품들을 진열해 놓았는데 한 편은 시멘트 그레이 컬러의 빈티지한 인더스트리얼의 느낌이었다면, 한 편은 앤틱한 원목 장식장이 유럽의 고택에 들어선 듯한 느낌을 자아냈다. 같은 빈티지 무드이지만 시공간을 넘나드는 것 같은 느낌이 신선했다. 불리 스토어는 나라마다 컨셉이 다르다고 하는데 나에게 다이칸야마의 스토어는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떠오르게 만들었다.
(+이 곳의 스탭분들은 영어를 잘 하셨었다.)
#르 라보 부티크 Le Labo boutique
다음은 한국에서 요즘 나만 빼고 다 하나씩 갖고 있는 것 같은 ‘르 라보’ 부티크였다. 한국에는 이 정도 규모의 매장이 잘 없는 것 같은데 2층 단독 건물을 통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향수의 원료들을 행과 열을 맞추어 정교하게 디피해 놓은 것을 보니 사진을 찍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한정판 시티 라인인 ‘시티 익스클루시브 도쿄 - 가이악10’을 살까 말까 고민하다가 그냥 나왔는데 살 걸 그랬다. (살까 말까 할 때도 사는 것이 정답일까 ^-^) 도쿄는 언제든 다시 올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로코나 때문에 아직도 못 가게 될지 몰랐지…
#티사이트 츠타야 T-Site Tsutaya
워낙 유명한 곳이니, 나까지 설명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하지만. 책과 함께 관련 아이템을 큐레이션 하는 요즘 서점 트렌드의 선구주자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이 내용은 책에서 읽었던 내용인데 서점의 각 섹션에서 도슨트, 일종의 설명을 해 주는 역할을 해주시는 분들은 실제 그 업계에서 오랫동안 일을 하고 퇴직하신 시니어 분들이라고 했다. (예를 들면 재즈 서적 코너에서 재즈 음반을 선곡하시며 설명해주시는 직원 분) 그 사실을 모르고도 그 분들을 보았을 때 뭔가 모를 포스, 경력직의 여유 같은 것이 느껴졌는데 그것이 찐 이였고요. 우리 나라도 저출산으로 인한 초고령사회 진입이 당장이기 때문에 이런 시니어 비즈니스 모델은 참고할 만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갑자기 막 사회문제에 관심 많은 척 ^^)
#오우로지 돈카츠
맛집은 참을 수가 없기 때문에 다이칸야마에서 점심 먹으러 신주쿠로 돼지런을 떨며 향했다. 이미 한참 대기줄이 있었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포기할 수 없었다. 생각보다 빠르게 대기줄이 줄어들었고,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난다. (후후…. 3년 전이라…) 그렇지만 생각만큼 우와 할 맛은 아니었다는.
#뷰티 아포세카리 beauty apothecary
돈까스를 순삭한 후, 신주쿠 이세탄 지하 1층에 (발음도 힘들었던) ‘뷰티 아포세카리’에 방문했다. 아름다움을 뜻하는 ‘beauty’와 약재상을 뜻하는 ‘apothecary’라는 단어의 조합으로 지어진 네이밍(잘 지내어진 네이밍일까? 네이밍 전문가가 이 글을 읽는다면 당근을 흔들어 주세요.^-^)으로 긴 이름만큼이나 다양한 카테고리의 제품들이 입점 되어 있었다. 대부분이 유기농, 기능성 뷰티 브랜드였다. 코덕들이 오면 약간 개미지옥처럼 느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하에 있기도 하고.) 여기서도 내 관심을 끌었던 것은 일본 각 지역의 원료들로 만든 로컬 화장품 섹션이었다. 원료와 제품을 콘텐츠화 하여 각 지역을 홍보하는 방식이 따스하고 세련되어 보였다고 할까. 일본이 로컬 브랜딩에 있어서는 우리나라 보다 확실히 많이 앞서 있긴 한 것 같다.
#악투스 actus
악투스도 인테리어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한번씩 꼭 들르는 곳일 지도. 1960년대부터 북유럽을 중심으로 한 가구를 수입, 판매해 온 셀렉샵으로 공간이 워낙 넓기도 하고 감각적인 소품들도 많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구경할 수 있는 곳이다. 평소 벽에 뭐 거는 것을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닌데 벽시계들이 너무 예뻐 '한국 가면 못질 한 번 해? 말아?' 나를 고민에 빠지게 만들었다. 가구도 그렇고 공간 활용이나 가구 배치 등 인테리어 관련된 레퍼런스가 필요한 분들이라면 꼭 방문해 보길 추천한다.
사실, 아직 둘째 날 스케줄의 반도 정리하지 못했는데 너무 많이 쏘다녀서
낮과 밤으로 나눠서 포스팅해야 할 것 같다.
꺅- 둘째 날 5만보를 걸었던 것은 꿈이 아니었어!
누군가 이 글을 읽는다면 제발 3번째 글도 잊지 말고 읽어주세요.
(다음 장소 스포 : 도쿄 미드타운, HAY 하라주쿠, 파피에르라보, 도쿄의 성수동 '구라마에'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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