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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Brand

도축장을 매장으로, 파타고니아 매장의 건축 철학

by 심토리지 2022. 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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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우리 돈으로 4조원이 넘는 회사의 소유권을 비영리 단체에 기부하는 행보로 또 한번 수많은 브랜드의 귀감이 된 파타고니아. 우리 옷을 사지 말라며 광고할 만큼 꼭 필요한 경우에만 구매하고 기존 제품을 수선해서 쓸 것을 권장하는 등 누구보다 환경에 진심인 파타고니아는
매장의 건축을 통해서도 친환경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전 세계 매장에 동일한 디자인 가이드를 적용하는 대신 지역의 특성을 반영하고, 재활용 소재를 사용하며 최소한의 리모델링을 진행하는 등 매장 디자인에도 환경 보호를 위한 엄격한 기준의 정책을 반영하고 있는 것. 이번 포스팅에서는 파타고니아의 건축 철학을 반영한 몇몇 매장들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창업자 이본 쉬나드의 파타고니아 건축 철학

1.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새 건물을 짓지 않는다. 가장 책임감 있는 일은 기존 건물에 사용했던 건축 자재와 가구를 사용하는 것이다.
2. 오래되어 역사적인 가치를 가진 건물은 허물지 않는다. 건물의 역사성을 존중하며 망가진 부분을 바로잡아 지역 주민에게 선물이 되도록 한다.
3. 복원이 어렵다면 건물을 짓되, 건물 외양만큼 자재의 수명도 오래 유지될 수 있도록 한다.
4. 자재는 재생이 가능한 재료를 사용하며 고정 장치나 단열 내장재는 해바라기씨 껍질이나 짚 등을 압착해서 사용한다.
5. 모든 건축물은 초기 비용이 다소 들더라도 유지보수가 쉽도록 짓는다.
6. 각 매장은 특색이 있어야 한다. 각 지역의 영웅이나 스포츠, 자연과 역사 등의 요소가 반영되도록 한다.

 

파타고니아 올드 타운 (Old Town, Alexandria VA, USA)

알렉산드리아 지역의 올드 타운은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로 역사 지구로 지정된 지역이다. 워싱턴 DC에서 11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지만 18세기 마을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건물들이 보존되어 있어 한적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지역이다.
2020년 파타고니아는 이 지역의 유서 깊은 도시 건축물을 리모델링 하여 새로운 매장을 오픈하였다. 1915년에 문을 연 알렉산드리아의 올드 타운 극장을 리모델링 한 것. 올드 타운 극장은 1915년에 ‘리치몬드’라는 극장으로 개관하여 2014년 문을 닫았다. 100여년간 라이브 공연장, 인형극장, 영화관 등으로 운영 되며 지역민들의 커뮤니티 허브 역할 뿐만 아니라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공간으로 서의 가치를 지녀왔다.

파타고니아는 이 건물의 아름다운 특성과 가치를 보존하는 방향으로 리모델링을 진행했다. 외관의 OLD TOWN이라는 옛 간판을 철거하지 않은 채 그대로 사용하였고 내부에도 건물 입구의 바닥 모자이크를 보존하면서 바닥재를 교체하는 등 원래의 건물 특징을 살려 새로운 디테일과 역사적인 디테일이 조화를 이루게 한 것. 또, 음향과 조명이 있는 무대와 발코니를 그대로 남겨 지역민과 함께하는 이벤트를 주최함으로써 올드 타운 커뮤니티의 활기찬 중심지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파타고니아 웨스트포트 (Westport, CT, USA)

미국 코네티컷에 자리잡은 웨스트포트점은 1920년대에 지어진 은행을 리모델링했다. 붉은 벽돌의 외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클래식한 무드가 느껴진다. 특히, 이 곳의 매력은 매장에 들어서면 더 잘 느낄 수 있는데 화강석을 사용한 바닥, 반원의 아치형 창호, 지붕의 트러스 구조를 그대로 유지해 옛 건물의 아름다움과 공간감을 느낄 수 있다. 또, 대공황 시대의 거리 풍경이 그려진 벽화들이 보존되어 있어 그림을 감상할 수 있다. 카운터 뒤로는 14톤에 달하는 금고가 있는데 현재는 제품의 창고로 사용하고 있다.

 

파타고니아 맨하튼 미트패킹 (Manhattan, NY, USA)


2013년에 오픈한 파타고니아 미트팩킹은 상당히 역사적인 장소로 유명하다. 1874년, 의류염색 공장으로 지어졌다가, 후에 도축장으로 사용된 공간을 리모델링한 건물에 자리하고 있다. 파타고니아는 리모델링을 계획하며 지역의 특성과 건축적 특징을 조사한 후, 반영하기로 했다. 전체 매장의 바닥 자재는 뉴욕 전역의 철거된 산업 시설 및 창고에서 조달하였으며, 외벽은 뉴욕 웨스트체스터(Westchester)에 있는 철거된 아파트에서 나온 재생 벽돌로 마감공사를 했다. 또, ‘미트패킹(Meat packing)’이라는 역사적 특성을 담아 육류를 걸어 이동시키던 갈고리 레일에는 옷을 걸어 두고, 계산대에는 고기를 놓고 자르던 철제 탁자를 두었다. 기존에 사용하던 가구들은 제품을 진열하거나 라운지 공간을 위한 테이블로 업사이클링 하여 사용하고 있으며 흰 색의 타일은 그대로 두어 제품들이 돋보일 수 있게 공간을 연출하였다.


 

이 외에도 하와이의 100년 넘은 가정집을 리모델링한 매장, 레코드 샵을 개조한 매장 등 전세계에 다양한 매장이 존재하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한국은 현재 도봉점, 가로수길 점이 운영 중이며 곧, 성수낙낙에도 새로운 매장을 오픈 할 예정이다. 한국과 일본에서 파타고니아 매장을 찾아보며, 왜 이런 글로벌한 브랜드가 대로변이 아니라 골목 안쪽에 위치해 있는 걸까 하고 의문스러운 적이 있었는데 이러한 위치 또한 파타고니아의 브랜드 철학을 반영한 것이라고 한다. 파타고니아의 글로벌 VMD ‘선데이 라이랜더’는 “파타고니아를 대놓고 노출하기보다 브랜드의 철학을 알고 일부러 찾아오는 소비자가 고객이다”라며 그런 취지의 부합하는 지역과 장소에 매장을 오픈한다고 코멘트를 남겼다. 파타고니아라는 브랜드가 지금의 행보도 존경스럽지만 앞으로의 행보는 얼마나 더 존경스러울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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